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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드 페드릭스 본-로마네 2019 (프랑스)

blackmuscle999 2024. 6. 5. 00:01
2022년 6월 27일

어제 방송 보면서 마셨던 와인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생산된 피노누아입니다
2019년에 생산되었고 생산된 마을 이름인 '본-로마네'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가 생산되는 그 마을입니다^^
다른 부르고뉴 와인은 선물로 줬지만 이것 만큼은 제가 먹으려고 아껴뒀지요ㅎㅎ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이슬이 송글송글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생산자의 마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리가 두껍고 몸이 통통한 걸 보면 초원에 사는 새라는 것 외엔 모르겠네요
가격이 좀 있는 와인이라 그런지 이 캡실도 두껍고 튼튼했습니다
 
 
 

 
코르크는 천연코르크입니다
생산자의 이름과 생산지역이 쓰여있네요
천연코르크는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구멍들이 낭낭하게 있어서 마치 스폰지 같습니다
 
 

 
처음으로 사용해본 디캔터입니다
이게 아직 5년도 안 묵은 어린 와인이기도 하고 아직 차갑기도 해서
그래서 이번에 디캔터를 장만해서 향이 잘 올라올 수 있도록 바람 좀 맞혀주었습니다
20~25분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디캔팅을 마무리하고 일단 잔에 좀 따라서 맛을 좀 봤습니다
아직 어린 와인이다 보니 색은 피노누아 치고 좀 진한 편입니다
 
향을 맡으니 지난 2년 동안 마셔봤던 와인 중에 제일 환상적이었습니다
체리, 라즈베리, 딸기, 자두사탕 같은 향이 신선하면서도 진하게 올라왔는데 마치 과일 농축액이나 에센스를 맡는 기분이었습니다
중저가 피노누아는 산미가 좀 튀다보니 시큼한 크랜베리향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향신료도 정향, 계피, 흑설탕의 향이 진한 과일향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부드럽고 균형감 있게 올라와 기품이 있었습니다
피노누아의 특징인 낙엽, 버섯, 크림의 향도 명확하고 풍부했는데 특히 버섯은 거의 트러플의 향처럼 느껴졌습니다.
 
맛은 아주 살짝 단맛이 느껴지면서도 산미가 부드럽고 섬세했으며 밸런스가 좋았고 바디감도 좋았습니다
다만 아직 어리다보니 오크 타닌의 쓴맛이 아주 살짝 튀었네요
이건 몇년동안 더 숙성을 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향이 너무 좋아서 마시지는 않고 향만 십몇분을 계속 킁킁거리기만 하다가
부드럽게 술술 넘어가서 나중에 급하게 마셔서 취했네요ㅎㅎ
 
피노 누아는 포도 특성 자체가 섬세하면서도 바디감이 연하고 산미가 비교적 강해서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중저가 피노누아는 물처럼 바디감도 없고 맛도 없거나, 아니면 나약한 바디감에 산미만 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번에 마신 와인은 저에게 진짜 피노누아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미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바디감이 튼튼하고 밸런스가 좋았고
그렇기에 다양한 향이 진하고 풍부하지만 밸런스가 잘 잡혀있으며 과하지 않았고
섬세하고 기품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냉장고에 남겨놓은 와인들이 기대가 됩니다
좋은 와인들은 냉장고에서 조금씩 산소와 더 반응해가면서 더 풍부한 향을 만들어내거든요
그 안에서 한번 더 디캔팅이 되는 셈이죠
이번에 마신 첫잔만으로도 이렇게나 감동적이었는데 다음에 마실 때는 또 얼마나 더 감동적일지 가늠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