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칵테일바를 다녀왔습니다 2

blackmuscle999 2024. 6. 10. 21:18

[2023년 10월 10일]
이번에 추석 덕분에 좀 여유가 생겨서 친구와 함께 칵테일바를 한번 더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지난번에 다녀온 바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처음 마신 건 예전부터 궁금했던 더티 마티니였습니다
진과 베르뭇이 들어가는 클래식 마티니에 올리브 병조림의 국물을 넣고 올리브도 으깨 넣는 괴식? 같은 녀석입니다
지금 저 한창 삭히는 중인 생선젓갈 같은 비주얼은 실내가 어두워서도, 조명이 튀어서도 아닌 진짜 원래 비주얼입니다
잔이 황동색이라 유독 더 그런 것도 있지만요
 
처음 마셔본 건데 36도의 알콜이 상당히 소주처럼 튀어서 독하게 느껴지고, 기름이 둥둥 떠서 느끼한 감이 있었습니다
병조림 올리브가 워낙 짜서 좀 짭짤찝찌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런 맛은 거의 없었습니다
알코올이 튀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올리브를 덜 넣고 대신 올리브유를 많이 넣은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이번에 마신 술은 그 악명 높은 치약맛 술인 압생트입니다
색을 보면 투명하고 진한 연두색이라 마치 RPG 게임에 나오는 마녀의 위험한 포션 같네요
설탕물을 타서 준비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굉장히 민트향이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향을 맡아보니 민트 향이 아니라 아니스 향이 났습니다
아니스는 남아시아 식당에서 식후에 구강청결제처럼 씹을 수 있도록 카운터에 비치를 해놓는 향신료입니다
고등학생 때 인도 식당을 자주 다녀보아서 저에게는 매우 친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달면서도 시원상큼한 느낌이라 향에서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다만 워낙 도수가 높아서 설탕이 거의 녹지 않을 정도로 진하게 타주셨더라고요
엄청 쓰고 엄청 달고 엄청 향이 진하고 해서 마지막에 먹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워낙 특이하고 독한 술이라 바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이걸 마시는 첫 손님이라고 하시더군요ㅋㅋㅋㅋ
가끔 생각날 때 마실만한 술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압생트가 아니라 국내에 수입 가능한, 압생트를 흉내낸 술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